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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하루 _해당되는 글 55건
2008/08/12   올림픽을 보다보니 짜증나는 일이 많다 (2)
2008/08/09   샤워를 하러 들어가다 미끄러졌다. (2)
2008/07/20   어제는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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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촛불 집회에 다녀왔다. (2)
2008/06/03   웅진 세계명작 문고판이 있었다 
2008/06/01   4월 13일 유채꽃 
2008/06/01   전리품이 늘었다. 

 

올림픽을 보다보니 짜증나는 일이 많다
+   [어제와 오늘 하루]   |  2008/08/12 03:38  

우선은 전대갈과 맞먹는 수준으로 티벳인들을 탄압한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독재 수준의 이런 정치체제에서 큰 스포츠 행사는 대개 체제 홍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88 서울 올림픽이 그랬듯 08 베이징 올림픽도 이제 그네들도 먹고 살 만하다는 걸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꽤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올림픽 덕분에 독재가 힘을 얻을 것이니 기뻐할래야 기뻐할 수가 없다. 아무튼 이번 올림픽에선 이전 올림픽에서 느끼지 못했던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터라 몇 가지 적어두려고 한다.


1. 중계진의 오버
뜬금없지만 연이와의 전화통화로 말을 시작해야겠다. 언젠가 연이가 성미의 임신소식을 전했을 때, 내가 '아 그래?'라고 간단히 대답한 적이 있었다. 연이는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혹시 성미와 싸웠느냐고 물어왔다. '결혼이 필요한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당연하게도 '애가 필요한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상의 감탄사를 터뜨릴 수 없는 것이다. 축하의 마음과 내가 흥분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사실 나는 연이가 날 '삼촌'으로 만들어 주겠다면서 최신아기의 소식을 전했을 때도 '오 그랴?'라고 했을 뿐이었다. 성미의 임신 소식에 반응이 약하다고 의아해한 것과 달리, 자신의 소식을 전한 그날 연이는 별다른 불평이 없었다.(내가 눈치가 느려 못 알아들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튼 어지간해선 깜짝 놀라지 못하는 것과, 놀라는 시늉을 못하는 내 성격은 별 수 없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금메달을 땄다고 언제 쉬었는지 모를 쉰 목소리로 괴성을 질러대는 캐스터와, 해설은 집어치우고 우는 연기를 하는 해설자를 보고 있는 것은 고역이다. TV앞에 앉아 있는 것이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어색하다. 한 종목에서 4년간 땀을 흘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취를 이루는 것은 축하할 일이고 기뻐할 일이겠지만 사실, 메달리스트들을 먼 발치에서도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오 메달이네' 이상의 반응은 오버일 뿐이다. '박태환이 잘하긴 잘하네'라거나 '양궁선수들 수준이 차원이 다르구나'정도가 기껏 드는 생각이다. 게다가 양궁은 마지막 화살을 쏘기 전부터 이미 거의 금메달 확정이었는데도, 마지막 화살을 쏘니 23번째 화살을 쏠 때까지 멀쩡했던 캐스터의 목이 갑자기 쉰다. 해설자가 운다고 캐스터들이 말하는 것까지 방송 3사가 똑같다. 우습다. 감동을 짜고 쳐서 만들려고 하면 되겠는가? 그것도 양념치지 않은 생생한 느낌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말이다.

이처럼 중계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감정이 (의도적으로)과잉되어 있으니 보고 있는 나로서는 괴롭다. 놀라는 시늉을 못하는 나에게 대놓고 놀라는 티를 내려는 중계진의 행동은 이질감만 느껴질 뿐이다. 중계진이 이런 식으로 소리지르는 것은 과거 올림픽 중계에서도 없었던 일은 아니나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해설자도 사람이라고 자꾸 떠들지만, 방송 중계는 해설자가 사람임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2. 메달에 초연하자?
올림픽에서 꼴보기 싫은 것은 중계진의 오버뿐만은 아니다. 금메달만 메달이냐며 방송사나 누리꾼의 금메달 편향에 대해 비판하는 글도 꼴불견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10여 년전이라면 그 말을 해야 할 정도로 방송 수준이나 대중의 수준이 낮았지만, 지금은 방송사에서도 금메달을 따건 은메달을 따건 잘했다고 칭찬한다. 대중? 요즘 누가 은메달을 땄다고 욕을 하나? 메달과 상관없이 예선 탈락해도 다 중계해 주고, 다 박수쳐 준다. 금메달 편향을 운운하는 것은 대체 언제적 중계를 보고 하는 말인지. 물론 금메달을 땄다고 400미터 수영을 하루 종일 재방송하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자 역도나 핸드볼, 농구도 빠짐없이 중계하고 있다. 대체 뭐가 금메달 편향이라는 것인가? 옛날 올림픽 중계에 비하면 '비'금메달리스트들은 호강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고 욕을 하는 사람이 못난 녀석이라는 등식이 이미 사회적 분위기상 합의가 된 상황에서 저런 말을 떠들어 대는 것은 사회를 보는 눈이 10년 이상 늦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글을 써대는 사람들 주위에 메달에 미쳐 날뛰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탓할 일은 못된다. 올림픽은 모든 나라가 함께한다는 과정이 중요한 이벤트지만, 메달 수를 집계하여 순위를 가린다는 점에서 결과중심적이며 경쟁적이다. 과정을 즐겨야 하지만 결과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그 자체가 이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스포츠에서 모두 결과가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과정과 결과를 함께 추구한다는 것은 결국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현재 올림픽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볼 때, 둘 중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참인지, 어느 것이 명분이고 어느 것이 속셈인지는 제정신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국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사용되는 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신을 운운하는 것은 이제 유치한 일이다. 올림픽은 이미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그러니 지지율이 낮은 부시나 이메가같은 것들은 메달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찾아다니며 국기를 거꾸로 들고 쇼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크게 도움이나 준 듯이 모아놓고 훈시나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 수준의 경기력을 가진 나라에게 올림픽 성적은 사실 우월감을 느끼고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그렇게 과정이 중요하다면 응원하는 것도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자국 선수가 이기라고 응원하다니. 메달에 흥분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기길 바라는 것은 일관되지 못한 행동일 것이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차라리 내가 축구를 보듯이 욕하고 응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권장할 만하다. 간단히 말해 올림픽은 이미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경쟁과 승리를 권장하고 있는 이벤트이므로 메달에 환장하는 것도 보는 이들의 죄는 아니라는 것이다. 올림픽은 원래 메달에 미쳐 날뛰라고 만든 쇼다. 선수들이 금메달 따고 미쳐 날뛰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응원하던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보기 흉하다고 한다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3. 중국의 민족주의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는 이메가가 올림픽과 민족주의를 이용해 보려고 기를 쓰고 있다. 핸드볼을 보다가 SBS 해설자가 '우리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응원을 하고 계십니다'라고 하길래 바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민족주의에는 천박한 것들이 편승하기에 좋은 요소가 있는 모양이다. 지금껏 민족주의로 덕을 본 것들은 사실 반민족행위자들이 대다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는 민족주의자들의 손에 쥐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서글퍼진다.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보다 정도나 피해가 심각한 것이 중국의 민족주의다. 중국넘들이 양궁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기고 조준할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고 까불어대는 걸 보니 민족주의 과잉이 나라 수준을 어디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지 실감이 난다. 사실 고종석이 책에서 시간 날 때마다 민족주의를 비판할 때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올림픽과 관련해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를 보니 고결해 보이는 민족주의의 이면에 저질스런 면이 분명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티벳 사건과 관련하여 쓰레기같은 소리를 지껄인 청룽이나 남의 나라에서 깡패짓을 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잘 보여줬다. 민족주의는 정말 추잡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가 극으로 치달으면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나 피해자로 잘 꾸며진 유태인들의 아랍 민족 학살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런 분위기는 참 우려스러운 일이다. 민족주의는 결국엔 타민족에 대한 우월성 증명으로 성립한다. 자기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민족이 자기 민족을 스스로 신화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넘들은 올림픽이 세계인의 화합을 도모하는 축제가 아니라 '중국은 위대하다'고 떠들며 스스로 높이는 자리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몇시간에 걸친 쇼는 중국의 역사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세계와 화합은 없었다. 중국의 민족주의가 북한과 연계되어 동북아 정치 상황을 심각하게 위험한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걱정스럽고 불쾌하다. 중국인들이 서양에 눌렸던 과거로 인해 내재된 열등감을 자극적으로 창조된 극단적 우월감으로 덮어써 극복하려 드는 것은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상업주의나 수준낮은 기자회견, 저질적인 응원단, 안전 미확보 등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업주의야 이전 올림픽에서도 있었던 것이고, 나머지야 평소 수준이 그 정도라고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인 만큼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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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 과정, 금메달, 메달, 민족주의, 베이징 올림픽, 올림픽, 중계, 중국, 캐스터, 해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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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벌뢰 2008/08/12 05:16
어지간한 포털에서 금매달 이야기랑 중계하시는분들이 너무 오버 한다구 짜증난다는 댓글을 봤는데
전 티비를 안보기 때문에 흠 생각만해도 상당히 거북했을것같은느낌.....
글구 지금 중국에서는 금매달을 놓친 선수들이 약간의 비아냥적인 발언을 한다고 들었어요
이래서 잘못된 민족주의가 사람을 망치나바요
호이호잇 2008/08/21 02:11
우리 사회가 올림픽으로...
놓치는 것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ㅜㅜ
올림픽 끝나고 선수들 영웅만들면서 거기에만 환호하고..
스믈스믈 일 많이 치뤄낼텐데...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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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러 들어가다 미끄러졌다.
+   [어제와 오늘 하루]   |  2008/08/09 02:35  
날이 하도 더워서 간단하게 씻고 자려던 참이었다. 옷을 막 벗어놓고 발을 내딛던 나는 바닥의 물기 때문인지 더워서 발바닥에 땀이 난 것인지 왼발이 그대로 죽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태권도 선수나 체조 선수들이 하듯이 앞뒤로 다리찢기가 된 것이다. 사실 이건 나름 다행스러운 일이었는데 이 와중에 넘어지다 마침 숙여진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혔다면 꽤 아팠을 것이다.

아무튼 조금 전에 있었던 이 일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는데

하나는 내 다리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것이다. 앞뒤로 180도로 찢어질 줄은 나 자신도 상상 못한 일이었다. 그 정도로 길고 부드럽게 찢어질 줄이야.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 좁은 화장실에서 다리가 벽까지 닿지 못했다는 것이다. 거칠 것 없이 화장실을 가르는 다리라니.
 
 
     다리, 샤워,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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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호잇 2008/08/21 02:12
ㅎㅎㅎㅎㅎ 상상중
Calabi Yau 2008/08/24 14:53 
상상하지 마셔~ 흉하다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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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다
+   [어제와 오늘 하루]   |  2008/07/20 01:18  
학원일을 시작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나와 수학선생님과 원장선생님은 술자리를 갖고 있다. 어제의 문제는 이 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겼다. 학원 앞에서 회식을 했기 때문에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왔는데, 내려서 문을 닫는 순간 뒷좌석에 뭔가가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를 짚어보았고 불안한 느낌대로 지갑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리면 바로 앞 슈퍼에서 주말동안 집에서 뒹굴며 먹을 음료수와 주전부리를 살랬는데, 그 때문에 요금 계산 후 지갑을 손에 들고 내리려다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없이 막 출발하는 차 문을 다시 잡아 열려고 했으나 손잡이를 놓쳤고, 트렁크쪽을 손으로 탕탕 두들겼으나 택시는 아랑곳없이 가버렸다. 한손에 가방을 들고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따라갔으나 차가 서지 않는 이상 내가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

뛰면서 번호를 외웠는데 당연히 앞쪽부터 기억했다. 대전 50 바 9 어쩌고였다. 이때는 사실 입으로 달달 외면서 달렸기 때문에 전부 다 외웠었다. 외웠었다는 것은 나중에 잊어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혹 나에게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하지 그랬느냐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은 아니었다. 나도 그 생각 때문에 한손에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달린 것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내 눈은 사라져가는 택시가 어디로 가나 쫓느라 택시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핸드폰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택시가 그대로 사라지거나 다른 택시를 잘못 쫓게 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 보고 감으로 누르면 된다고? 발은 달리면서, 입은 번호 외면서, 눈은 택시 보면서, 손으로는 버튼을 더듬어 택시 번호를 저장한다고? 해 보시라. 나는 못한다. 그리고 나는 이 때 뒤의 숫자 네 자리뿐만 아니라 앞의 대전 50 바 부터 외고 있었기 때문에 이걸 핸드폰에 저장하려면 숫자뿐만 아니라 한글도 입력이 가능한 메모장을 열어야 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손으로 더듬어 메모장 기능을 실행시키는 것은 내겐 불가능한 일이다.

택시가 점점 멀어지자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지나가는 배달 오토바이에 손을 내밀면서 소리를 질렀으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차도였기 때문에 내 뒤에 택시가 또 오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에서 내가 막고 있으니 당연히 택시는 섰다. 나는 일단 문을 열고 앞자리에 탔다. 그리고는 택시에 지갑을 놓고 내렸다며 빨리 앞 차를 좀 따라가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하는 순간 달달 입으로 외고 있던 차 번호를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시야에서 사라질락말락하는 택시를 급히 따라가는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내가 잡은 택시에는 원래 승객이 있었는데 그 양반이 '난 여기서 내릴게요'하고는 요금을 내밀었던 것이다. 망할. 영화에서나 나오는 추격전 한번 경험하고 싶지도 않나? 그걸 꼭 거기서 내려야 되나? 아무튼 그거야 내 바람이자 불만일 뿐이고. 결국 거스름돈을 주고 돈계산을 끝낸 후 다시 출발했을 때는 앞차가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뒤였다. 혹시나 해서 조금 가봤으나 다른 택시들도 여럿 다니고 해서 도저히 추적이 불가능해졌다. 내가 외운 대전 50 바 부분은 대전의 모든 택시가 그렇다고 하니 전혀 쓸모가 없는 부분만 죽어라 복창한 셈이었다. 택시 아저씨는 나를 다시 우리집 앞으로 데려다 줬다. 돈이 없다고 말하자 괜찮다고 해서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렸다. 택시 아저씨는 교통방송에 전화를 해서 분실물 신고를 하면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단 번호는 받아 적었다.

지갑에 있는 것은 2만원짜리 아파트 카드키, 현대카드, 농협현금카드, 그날따라 만원 충전한 버스카드, 주말에 순후나 효진이 만나려고 뽑은 5만원, 비상금 만원, 발급만 받아 운전할 때 써보지도 못한 운전면허증이었다. 물론 이걸 다 합쳐도 돈으로만 따지면 동생이 준 14만원 상당의 닥스 가죽 지갑이 오히려 더 비쌌다. 뒷번호를 외울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숨을 쉬고 나니 또 짜증이 밀려왔다.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와 우선 신용카드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농협현금카드도 분실신고를 했다. 아파트 카드키와 주소가 써진 운전면허증 때문에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쩌나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주말에 쓰려고 돈만 안 뽑아 뒀어도 덜 아까웠을 텐데, 회식자리에서 내가 계산을 했으면 덜 아까웠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해서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당연하지만 택시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니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눈 앞에서 내 지갑이 든 택시가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짜증났다. 속은 느낌. 누군가에게 속는다는 것은 내가 엄청나게 싫어하는 것들 중의 하나다. 몸이 닿는 거리였을 때 발로 차거나 돌을 던지거나 했어야 하는데, 몇 번 두들기면 세우고 열어줄 거라고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생각도 했다. 덕분에 주말을 꼼짝없이 방안에서 뒹굴며 쓰린 속을 달래야 된다니. 찬물로 목욕을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갑에 든 돈만 해도 6만원, 게다가 버스카드까지 있으니 돌려줄 턱이 없다. 동생이 임관기념선물로 받아서 내게 준, 순후 지갑과 똑같은 그 고급 지갑도 탐을 낼 만하다. 20만원 상당의 물건이면 그 사람의 하루 벌이정도는 될 텐데 그걸 그냥 포기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보니 경찰이 서 있었다. 제복을 보는 순간 '찾았구나' 싶었다. 문을 열고 보니 역시나 내 지갑이었다. 안에 물건은 그대로였다. 택시기사가 경찰서에 지갑을 갖다 준 것이었다. 두들겨도 출발하길래 지갑이 거기 있는 걸 알면서 일부러 그냥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찾게 되니 내가 인간을 너무 악하게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전화를 해서 밥 한 끼 사고 싶다고 몇 번 말했으나 괜찮다고 해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끊었다.

20만원 어치가 하룻밤 새에 나갔다 들어오니 뭔가 기분이 상쾌하다. 어차피 본전인데 기분이 좋다. 이메가 때문에 갖게 된 인간의 양심에 대한 회의가 누그러지기까지 한다. 만세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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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교통방송, , 분실물, 지갑, 카드,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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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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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차를 넘겼다
+   [어제와 오늘 하루]   |  2008/07/13 04:17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에 보면 '거래의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사람은 그 거래가 필요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동생에게서 공짜로 차를 뜯어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 시대에 집근처로 출근하는 학원선생은 차가 필요없다'는 나의 말에 결국 동생은 50만원 부르던 것을 포기하고 공짜로 넘겼다. 일단은 공짜로 생겼으니 타긴 타야할 듯싶다. 차만 있으면 9시 30분에 학원이 끝나도 나는 버스 끊길 걱정 없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으니 참 신나는 일이다. 물론 내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를 야밤에 보고 싶어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