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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 오늘 하루] | 2008/07/2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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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일을 시작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나와 수학선생님과 원장선생님은 술자리를 갖고 있다. 어제의 문제는 이 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겼다. 학원 앞에서 회식을 했기 때문에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왔는데, 내려서 문을 닫는 순간 뒷좌석에 뭔가가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를 짚어보았고 불안한 느낌대로 지갑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리면 바로 앞 슈퍼에서 주말동안 집에서 뒹굴며 먹을 음료수와 주전부리를 살랬는데, 그 때문에 요금 계산 후 지갑을 손에 들고 내리려다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없이 막 출발하는 차 문을 다시 잡아 열려고 했으나 손잡이를 놓쳤고, 트렁크쪽을 손으로 탕탕 두들겼으나 택시는 아랑곳없이 가버렸다. 한손에 가방을 들고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따라갔으나 차가 서지 않는 이상 내가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
뛰면서 번호를 외웠는데 당연히 앞쪽부터 기억했다. 대전 50 바 9 어쩌고였다. 이때는 사실 입으로 달달 외면서 달렸기 때문에 전부 다 외웠었다. 외웠었다는 것은 나중에 잊어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혹 나에게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하지 그랬느냐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은 아니었다. 나도 그 생각 때문에 한손에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달린 것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내 눈은 사라져가는 택시가 어디로 가나 쫓느라 택시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핸드폰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택시가 그대로 사라지거나 다른 택시를 잘못 쫓게 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 보고 감으로 누르면 된다고? 발은 달리면서, 입은 번호 외면서, 눈은 택시 보면서, 손으로는 버튼을 더듬어 택시 번호를 저장한다고? 해 보시라. 나는 못한다. 그리고 나는 이 때 뒤의 숫자 네 자리뿐만 아니라 앞의 대전 50 바 부터 외고 있었기 때문에 이걸 핸드폰에 저장하려면 숫자뿐만 아니라 한글도 입력이 가능한 메모장을 열어야 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손으로 더듬어 메모장 기능을 실행시키는 것은 내겐 불가능한 일이다.
택시가 점점 멀어지자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지나가는 배달 오토바이에 손을 내밀면서 소리를 질렀으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차도였기 때문에 내 뒤에 택시가 또 오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에서 내가 막고 있으니 당연히 택시는 섰다. 나는 일단 문을 열고 앞자리에 탔다. 그리고는 택시에 지갑을 놓고 내렸다며 빨리 앞 차를 좀 따라가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하는 순간 달달 입으로 외고 있던 차 번호를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시야에서 사라질락말락하는 택시를 급히 따라가는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내가 잡은 택시에는 원래 승객이 있었는데 그 양반이 '난 여기서 내릴게요'하고는 요금을 내밀었던 것이다. 망할. 영화에서나 나오는 추격전 한번 경험하고 싶지도 않나? 그걸 꼭 거기서 내려야 되나? 아무튼 그거야 내 바람이자 불만일 뿐이고. 결국 거스름돈을 주고 돈계산을 끝낸 후 다시 출발했을 때는 앞차가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뒤였다. 혹시나 해서 조금 가봤으나 다른 택시들도 여럿 다니고 해서 도저히 추적이 불가능해졌다. 내가 외운 대전 50 바 부분은 대전의 모든 택시가 그렇다고 하니 전혀 쓸모가 없는 부분만 죽어라 복창한 셈이었다. 택시 아저씨는 나를 다시 우리집 앞으로 데려다 줬다. 돈이 없다고 말하자 괜찮다고 해서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렸다. 택시 아저씨는 교통방송에 전화를 해서 분실물 신고를 하면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단 번호는 받아 적었다.
지갑에 있는 것은 2만원짜리 아파트 카드키, 현대카드, 농협현금카드, 그날따라 만원 충전한 버스카드, 주말에 순후나 효진이 만나려고 뽑은 5만원, 비상금 만원, 발급만 받아 운전할 때 써보지도 못한 운전면허증이었다. 물론 이걸 다 합쳐도 돈으로만 따지면 동생이 준 14만원 상당의 닥스 가죽 지갑이 오히려 더 비쌌다. 뒷번호를 외울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숨을 쉬고 나니 또 짜증이 밀려왔다.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와 우선 신용카드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농협현금카드도 분실신고를 했다. 아파트 카드키와 주소가 써진 운전면허증 때문에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쩌나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주말에 쓰려고 돈만 안 뽑아 뒀어도 덜 아까웠을 텐데, 회식자리에서 내가 계산을 했으면 덜 아까웠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해서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당연하지만 택시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니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눈 앞에서 내 지갑이 든 택시가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짜증났다. 속은 느낌. 누군가에게 속는다는 것은 내가 엄청나게 싫어하는 것들 중의 하나다. 몸이 닿는 거리였을 때 발로 차거나 돌을 던지거나 했어야 하는데, 몇 번 두들기면 세우고 열어줄 거라고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생각도 했다. 덕분에 주말을 꼼짝없이 방안에서 뒹굴며 쓰린 속을 달래야 된다니. 찬물로 목욕을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갑에 든 돈만 해도 6만원, 게다가 버스카드까지 있으니 돌려줄 턱이 없다. 동생이 임관기념선물로 받아서 내게 준, 순후 지갑과 똑같은 그 고급 지갑도 탐을 낼 만하다. 20만원 상당의 물건이면 그 사람의 하루 벌이정도는 될 텐데 그걸 그냥 포기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보니 경찰이 서 있었다. 제복을 보는 순간 '찾았구나' 싶었다. 문을 열고 보니 역시나 내 지갑이었다. 안에 물건은 그대로였다. 택시기사가 경찰서에 지갑을 갖다 준 것이었다. 두들겨도 출발하길래 지갑이 거기 있는 걸 알면서 일부러 그냥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찾게 되니 내가 인간을 너무 악하게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전화를 해서 밥 한 끼 사고 싶다고 몇 번 말했으나 괜찮다고 해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끊었다.
20만원 어치가 하룻밤 새에 나갔다 들어오니 뭔가 기분이 상쾌하다. 어차피 본전인데 기분이 좋다. 이메가 때문에 갖게 된 인간의 양심에 대한 회의가 누그러지기까지 한다. 만세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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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 2008/07/1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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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중에는 생각밖에 할 게 없는 시간이 가끔 생긴다. 내가 글재주가 있었더라면 이럴 때마다 튀어나온 공상의 쪼가리들을 모아 소설이나 드라마 대본을 한 편 썼을 것이다. 사실 나는 돌려서 표현하는 이런 문학적인 재주는 없다. 진지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멋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 지금으로선 저런 재주를 키워볼 마음도 없다. 어릴 적에야 문학적인 허영심에 해보고 싶어했지만 이젠 평생을 가도 내가 소설을 쓰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박노자를 읽고 보니 고종석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도 진지와 직설에 더 가치를 두는 내 성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소설이나 드라마 대본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그 내용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바뀌고 있다. 완성은커녕 시작할 리도 없는 글짓기지만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중학교 때 쓰고 싶었던 소설은 초등학교 때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것을 완전범죄로 만든 남자가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된 동생에게 죽는다는 하드보일드한 이야기였다. 중학교때까지 이걸로 만화로도 그렸었는데 어느 순간 다 버려서 지금은 없다. 정신이 사라졌는데 물질이 남아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쓰고 싶었던 소설은 고아 남매를 후원하여 훌륭한 성인으로 키우는 학교 선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 이름도 아직 기억이 나는데 고아 소녀 이름은 성효진이었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 안승민이었다. 대학교에서 '박효진'과 '안현정'을(성까지 부르는 건 내가 기분 나쁠 때 말투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지만, 여기서는 비교를 위해 어쩔 수 없다) 만났을 때 처음부터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들의 성격이 좋았던 것이 첫번째 이유겠지만 내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있는 이름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쓰고 싶었던 소설은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가 남자애를 찾아 같은 대학에 온다는 이야기였는데 결국 내가 크게 점수를 주지 않았던 '연애소설'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돌림소설 때 한번 써보려고 했으나 역시나 미흡한 글재주 덕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 이걸 본 현정이가 여주인공이 딱 효진이라고 했었다. 물론 그것은 실제 글 내용과 상관없이 나를 놀리려고 했던 말일 것이다.
졸업하고 나서 쓰고 싶었던 소설 중 하나는 애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학원'선생과 그의 여자후배 '학교'선생 이야기였는데, 노파심에 말해두자면 현정이가 붙기 전에 생각한 이야기다. 학교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은데, 애들이 학교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원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아 한번 써보고 싶었지만, 글쓰기는 재미있는 것만큼이나 귀찮은 일이다. 완성해도 그렇겠지만 그것이 완성하기 전엔 더욱더 별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나는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요즘 쓰고 싶은 소설이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시덥잖은 공상을 죽 써본 것이다. 진지한 이야기가 좋겠다고 생각하여 한참을(그래봤자 버스에서 몇 번) 뭐가 좋을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나는 나의 잘못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어떤 남자가 잠에서 깨어난다. 아무도 없는 곳이다. 그는 다시 평소와 같이 일상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일상이 그를 거부한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국가적으로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고, 결국 자신이 살인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던 그는 문득 자신의 기억에서 몇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살인 누명은 누명이 아니라 정말 자신이 저지른 것임을 알게 된다. 물론 죽인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신이 죽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알게 된다. 실수가 아닌 계획된 잔인한 살인 말이다. 결국 그는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친구에게서마저 도망치기 시작하고, 기억도 나지 않는 자신의 죄에 대해 죄값을 치러야 할까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가 내릴 결론은 사실 내가 아직 내리지 못했다. 인간은 과연 자신의 행동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평소와 똑같이 자고 일어났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할까? 범죄를 저지른 '나'는 과연 나일까? 같은 '나'가 아니라면 어쩌다 범죄자와 몸만 같이 붙어 있는 '나'는 처벌받기엔 좀 억울하지 않을까? 나는 이 상상을 하면서 '진짜 억울하겠다~'라고 생각했으나 그야 모를 일이다.
반대로 보면 인간은 역사적인 존재라고 한다. 과거의 내가 모여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경험, 기쁨, 슬픔, 즐거움, 노여움, 부끄러움, 거기에 망각한 기억과 그 흔적까지 모두 모아야 '나'가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와 큰 차이를 보이는 어떤 과거의 나라고 하더라도 내가 역사적인 존재인 이상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일본의 미친 짓을 보고 있자면, 사실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적절해보이기는 하지만.
써놓고 나니 사족이 몸통보다 긴 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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